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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UMMER

AJU HOPEFUL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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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더 재미있는 자동차 엠블럼의 역사

글. 조시영(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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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동차 메이커의 엠블럼이든 나름 깊은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황금색 나비넥타이 모양의 쉐보레 엠블럼만큼 그 역사가 미궁에 빠진 경우는 드물다.
쉐보레 나비넥타이의 진실

쉐보레 올란도

많은 사람들이 쉐보레 나비넥타이 모양이 쉐보레 공동 창업자의 한 사람인 루이 쉐보레가 태어난 나라인 스위스의 국기를 베낀 것으로 알고 있다. 진짜일까?
미국 GM의 쉐보레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나비넥타이 엠블럼의 기원이 미스터리에 빠졌음을 알려준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윌리엄 C. 듀란트와 가족들의 기억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쉐보레 설립자인 듀란트가 세계여행을 하던 도중 1908년 프랑스 파리 호텔에서 무한 반복 패턴 무늬였던 나비넥타이 부분을 가져 와서 1913년 회사 설립 이후 사용했다고 본인이 직접 얘기했다. 이는 회사 창립 50주년 사보에도 실려 있다. 하지만 그의 딸은 1929년에 펴낸 책에서 아버지 듀란트가 저녁 식탁보에 있던 무늬를 베낀 것이라고 묘사했다. 약 50년이 지난 뒤 듀란트의 부인은 1912년 버지니아 여행 도중 호텔방에서 신문을 읽던 듀란트가 신문 속에서 나비넥타이 디자인을 발견해 “이게 쉐보레 엠블럼으로 좋겠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한 역사학자가 1911년 11월 12일 한 신문 광고에서 비슷한 로고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듀란트와 공동으로 창업했던 루이 쉐보레의 고국 스위스 국기를 스타일리시하게 변형한 것이란 설명도 있다(쉐보레 홈페이지 발췌).”
첫 기원이 어찌됐든, 나비넥타이 엠블럼은 1913년 10월 처음 등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첫 엠블럼 모양은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황금색이 아닌 검정색이었고, ‘Chevrolet’란 글자가 가운데 박혀 있었다.
볼보·폭스바겐, 역사의 산물

폭스바겐 엠블럼, 볼보 엠블럼

1926년 스웨덴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경제학자 아사 가브리엘손과 당시의 최대 볼베어링회사 SKF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은 냅킨 뒷면에 자동차 차대 그림을 그리며 볼보 탄생을 논의했다. 그들은 1927년 볼보 최초 모델인 OV4를 개발한 후, SKF 자금 지원을 받아 예테보리 근처에 스웨덴 최초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회사 이름은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I Roll)”를 뜻하는 볼보(Volvo)로 지었다. ‘아이언 마크(Iron Mark)’라 불리는 특유의 동그라미에 화살표 모양 엠블럼은 철강 산업을 상징하는 고대 전쟁의 신 마르스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창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지원을 해준 SKF가 볼베어링 회사라는 점을 착안해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든 당시 스웨덴과 창업자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엠블럼에 녹아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폭스바겐 엠블럼의 역사는 단순한 편이다. 실용을 중시하는 독일인의 기질을 닮았다.
1930년대 독일 정부가 ‘모든 국민이 괜찮은 차를 타야 한다’는 개념으로 자동차 공학자 페르디난드 포르쉐에게 그 유명한 딱정벌레차 ‘비틀’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이런 배경으로 1939년 탄생한 브랜드가 독일어로 국민(Volks)과 차(Wagen)를 합친 폭스바겐(Volkswagen)이다. 말 그대로 국민차였던 셈이다. 엠블럼도 두 단어의 앞 글자를 따 V와 W를 겹쳐놓은 모양새로 디자인했다. 초창기에는 VW 글자 밖에 자전거 바퀴살처럼 퍼져나가는 디자인이었지만, 근래에 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모양처럼 단순한 동그라미 안에 VW 글자를 새겨 넣은 모양으로 진화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이미지의 탄생

재규어 로고, 랜드로버 로고, 레인지로버

날렵한 표범 이미지의 스포츠 세단으로 유명한 재규어는 1922년 스왈로우 사이드카라는 영국 모터사이클 회사에서 시작됐다. 제비(swallow)라는 회사 이름에 걸맞게 1927년 2인승의 귀엽고 날렵한 세단을 만들며 자동차 제작 시장에 진출했다. 1935년 차체가 큰 포-도어 세단을 처음 선보이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심기위해 ‘SS재규어’ 브랜드와 그 유명한 은색 재규어 모양 엠블럼을 처음 도입했다. 제비에서 재규어로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한 셈이다.
이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 친위대 이름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름에서 SS를 없앴고, 1945년에는 아예 회사 이름을 재규어로 바꿨다. 재규어는 그 이름에 걸맞게 1930년대부터 수십 년간 각종 레이싱대회에서 우승을 하며‘스포티한’ 회사 이미지를 쌓았다.
랜드로버의 뿌리는 원래 1878년 영국에서 설립된 자전거 회사 로버(Rover)였다. 로버는 1904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었고, 1920년대 재규어의 전신인 스왈로우 사이드카와 함께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2차 대전이 끝난후인 1946년, 전 세계 전쟁터를 누비던 미국산 지프를 운전하던 당시 경영진은 전쟁터 대신 농장을 누비고 다닐 오프로드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1948년부터 양산된 랜드로버의 탄생 비화다. 로버란 이름 앞에 랜드(Land)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초록색 바탕색은 오프로드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랜드로버가 대성공한 이후 로버 경영진은 도시형 고급 SUV가 영국에서 잘 팔릴 것이란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1956년부터 14년간의 준비 끝에 1970년 최고급 SUV 레인지로버를 선보인다. 랜드로버 로고 대신 ‘RANGE ROVER’를 더 크게 내세운 것도 차별화를 위해서다. 레인지로버는 첫 등장부터 대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