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2015 AUTUMN

EXCITING DISCOVERY
자연과 함께하는 특별한 체험이 시작됩니다

아주 최영민 매니저와 서찬영 매니저의
패러글라이딩 체험기

자유를 향해 활공하다

글. 박신혜 사진. 안홍범
촬영협조. 스카이 패러글라이딩 학교

가을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푸른 하늘을 그저 바라만 보기에는 아쉬웠는지 아주산업 상암사업소 영업팀의 최영민 매니저와 브이샘 영업팀의 서찬영 매니저가 용인 정광산 활공장을 찾았다.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기 위한 두 사람의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바를 정(正)에 빛 광(光), 이름에서부터 창공의 빛이 느껴지는 정광산은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한 비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최영민 매니저와 서찬영 매니저 역시 비행을 위해 정광산 활공장을 찾았다. 입사동기인 두 사람은 세 살 터울에도 불구하고 입사 5년차인 지금까지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해왔다. 물론 함께 근무하던 과거에 비해 서로 근무지가 달라진 현재는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회포도 풀 겸 함께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기로 결심한 것.
착륙장에는 비행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정오부터 비행이 가능했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경사가 험한 길을 쉼없이 오르자 정상에는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봉우리들로 가득했다. 예비 비행자들은 짐칸에 함께 딸려 온 자신의 몸체만한 비행 장비들을 하나씩 짊어지고 조금 떨어진 활공장으로 향했다. 짐 속에는 두 장의 천을 포개 만든 캐노피와 비행시 앉는 의자인 하네스, 헬멧과 손잡이, 산줄 등이 들어있다. 하늘을 날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였다.
사면 어느 쪽으로든 급경사가 이루어진 활공장은 이곳이 오직 비행을 위한 장소임을 암시했다. 잠시 후의 비행에 겁이 날 법도 하건만 오늘 체험을 준비하는 두 매니저는 가지고 온 카메라로 활공장에 선 자신들의 모습을 찍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웅성웅성 비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활공장의 분주함은 비행을 위해 우렁찬 파도 소리를 내며 떠오르는 캐노피의 상승으로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패러글라이딩, 날기 위해 뛰어내리다

조종사의 구호에 맞춰 날아오르기 직전인 최영민 매니저

초보 비행자들이 비행에 대한 낯섦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전문조종사들은 먼저 활강한 다른 비행자들의 모습을 보며 풍속과 풍향을 가늠했다. 윈드색(windsack)을 유심히 바라보던 조종사는 윈드색이 바람 속에서도 아무 꺾임 없이 본래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최영민 매니저의 캐노피를 띄웠다.
“달리세요! 멈추지 말고 달리세요!” 다급한 조종사의 외침에 최영민 매니저가 급히 발을 굴렸다. 맥없이 땅에 붙어있던 캐노피가 순식간에 떠오르며 펼쳐졌고 최영민 매니저의 발도 덩달아 지면에서 떨어졌다. 캐노피에 공기가 그득히 들어차면서 하늘을 날 준비가 완료됐다. 조종사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최 매니저를 떠밀었다.
비행 전, 이륙을 위해 조종사가 당부하던 것은 단 하나. 캐노피가 떠오르고 이륙하기까지 멈추지 말고 달리라는 것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서거나 주저앉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던 그였지만 전면을 향해 들어오는 바람에 걸음도 함께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영민 매니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낭떠러지를 향해 달렸다. 조종사의 말마따나 ‘소가 달구지 끌듯’최선을 다해 허공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으려니 캐노피에 가득 들어찬 공기가 그를 상공으로 끌어당겼다. 눈깜짝할 사이에 하늘이 그를 감싸 안았다.
비행자들이 하나둘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풍광 속의 그림이 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미술작품에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여유롭게 감상을 시작했다.
체험으로 참여한 초보자들은 고도 500m에서의 비행에 만족해야 했지만 몇몇은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더 높이 떠올라 여유로운 비행을 즐겼다.
제대로 된 비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형성되는 곳이 어디인지,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이루어지는 곳을 파악하고 지형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했다. 열을 흡수하는 산악지형은 피한 다음 땅에서 수직상승하는 열을 타고 상승기류를 타면 정광산에서 2~3000m쯤 올라가 이천이나 여주까지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체험의 스쿨장 김진우 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활강을 하다가 상승기류를 만나 올라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대관령, 경북 영천, 안동, 상주까지 닿기도 한다고.
가을의 단풍비행과 겨울에만 가능한 설원비행은 하늘을 나는 이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와 초보자들이 비행을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전문조종사들은 그다지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전문조종사들의 경우 겨울동안 자연이 머금고 있던 수분이 봄의 따듯한 기운으로 건조되면서 습한 공기가 1 하늘로 올라갈 때 땅에서 열이 많이 피어오르 는 봄 비행을 좋아한다. 저기압골이 많이 형성될수록 곳곳에 놓인 상승기류를 찾아 더욱 높이 올라가고 더욱 멀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비행, 자유비행

가을 단풍비행을 즐기고 있는 개인 비행자

떠오르기 직전까지 정신없던 과정을 잊은 듯 하늘 위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서찬영 매니저는 뻥 뚫린 하늘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향해 그동안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고함으로 모두 토해냈다. 어느 정도 비행에 익숙해지면 하늘의 고요함에 지루해 할 체험자들을 위해 조종사들이 ‘바이킹’을 시작한다. 놀이기구 바이킹을 탈 때와 흡사한 기분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놀이기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패러글라이딩은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인간의 원초적 기쁨을 자극한다. 비행의 안정권에 들어서면 들리는 것은 오로지 바람 소리뿐. 방금 전까지 내가 발 딛고 서 있던 땅을 내 눈으로 지켜볼 때 올라오는 벅찬 감정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착륙장과 이륙장에서 지켜보는 전문조종사들의 무전에 의해 안전하게 활강을 마친 두 매니저는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내려왔다. 저무는 해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 마찬가지로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순간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착륙하면서 잠시 동안 잃었던 중력이 순식간에 몰아친다. 방금 전까지 고요했던 발은 지면에 발이닿자 꿈을 깬 듯 다시금 바빠졌다.
일일체험은 비행의 감칠맛만 본 정도지만 두 사람에게 첫 비행은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서찬영 매니저는 조만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와 함께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야외활동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친구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대관령은 물론이고 바람만 잘 탄다면 경상북도까지 갈 수 있다는 말에 최영민 매니저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합천까지 갈 수 있겠다고 농을 치며 어렸을 때 동네 야산의 활공장에서 비행을 하던 어른들 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주 옛날부터 하늘을 나는 일은 인간의 오랜 소망이었다. 오늘 두 사람은 자연의 힘을 빌려 짧지만 황홀한 첫 비행에 성공했다.

석양이 질 무렵 비행자들이 당일 마지막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박신혜

박신혜는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을 좋아한다. 다양한 매체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담아내고자 하는 에디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