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다
글. 김경집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변화무쌍한 현실과 예측불허의 미래에서 혜안으로 미래를 가늠해 보았다.
그가 예측한 미래는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고, 그의 말대로 당시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했다. 앞선 시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 앨빈 토플러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또 다른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측 가능한 미래와 확정적 과거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말했다. 현재의 결정을 내릴 때 미래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하게 되는데 미래에 대한 예측이 우리의 선택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연 오늘 없이 내일을 바라보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오늘을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미래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이해하고 성찰해 그 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무작정 세운 계획은 미래의 청사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혜안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과거 변화무쌍한 현실과 미래에서 혜안으로 가늠과 짐작의 끈을 찾아낸 사람이다. 『제3의 물결』에서 그가 예측한 미래는 이미‘확정적 과거’가 되었다. 그가 예견한 미래의 중심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나, 그중에서도 ‘인류의 탈(脫) 근육 중심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진단한 과거의 혁명은 ‘인간이 근육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 벗어났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그 진단은 미래 예측으로 인류의 운명을 바꾸었다. 과거의 노동과 삶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근육노동이 지배했다. 전쟁과 노동은 전적으로 남성의 근육에 의존했고, 인류의 문명사는 그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보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성향성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우리의 사고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 친화성을 뜻하는 ‘휴먼웨어(Humanware)*’의 핵심은 당연히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며, 미래의 과거인 현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선 시각으로 농업의 미래를 예측하다
첫 번째 물결인 농업혁명은 자연 수렵 상태에서 기약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방황하는 삶에서 벗어나 정착과 안정의 삶을 위한 인류의 선택이었다. 채집과 수렵은 예측이나 바람대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수색하고 추적해야 한다. 그리고 찾아낸 목표물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농업이라고 근육에 의한 노동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측 가능한 생산은 불필요한 근육노동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근육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인류가 야생의 짐승을 가축으로 길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의 혁명, 인류의 양성평등을 야기하다
두 번째 물결인 산업혁명은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근육노동 의존도를 현저하게 낮췄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근육의 강도가 떨어지는 여성도 공장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산업혁명은 기존의 노동 유형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꾼 혁명이었다. 과학의 시대는 인간의 근육을 대신해 훨씬 뛰어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기계의 발명을 가속했다. 20세기의 컴퓨터는 그러한 근육노동 의존도를 다시 한 번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정보혁명을 탄생시켰다.
정보혁명은 양성평등을 가능하게 하였다. 예전에는 취미를 물으면 대부분 근육을 사용하지 않는 것, 즉 독서, 음악 감상, 미술 감상, 영화 감상등을 답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골프, 스키, 바이크, 수영 등 근육을 사용하는 것으로 취미가 바뀌었다. 이제는 오히려 인간의 신체에 근육의 필요성이 건강상 필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컴퓨터가 가져다 준 정보혁명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휴먼웨어 마인드가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
20세기 전반부는 전쟁으로 얼룩지고, 후반부는 전 세계가 산업화의 길을 따랐기 때문에 철저하게 속도와 효율이 지배한 시대였다. 21세기는 더 이상 근육에 의한 노동생산성을 계산하는 시대가 아니고 속도와 효율로 결정되는 시대도 아니다. 새로운 시대는 창조와 혁신 그리고 융합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근육노동은 이미 기계가 대체했고 그 흐름을 정보혁명이 이어가며 가속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휴먼웨어의 시대 사람 개개인의 역량이다.
휴먼웨어는 미래의 핵심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다양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개성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다. 미래는 디지털 노마드, 언어의 장벽이나 공간의 제한성이 없는 콘텐츠의 시대이다.
글쓴이 김경집
글쓴이 김경집은 인문학자이자 작가다. 충남 해미에 마련한
작업실 수연재에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고장난 저울』,
『인문학은 밥이다』, 『엄마 인문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