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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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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다른 시선’의 힘!

세계의 역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으로부터 발전해 왔다. 기존 사회 질서를 바꾸거나 고정관념과 통념을 바꿀 때 필요한 다른 시선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수면 아래 펼쳐진 신비한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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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레이크. 그뤼너 씨
GREEN LAKE. GRǛNER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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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족의 낭만적 장소였던 초원이 두 달 새 수심 12m에 이르는 깊은 호수로 바뀌어 다이버를 맞이한다.
오스트리아 휘슬러 밸리에서도 가장 북쪽, 그린 레이크에 있는 그뤼너 씨Grǜner See 공원의 이야기다. 8월에서 4월까지 이곳은 수심 2m가 넘지 않는 얕은 호수와 푸른 초원을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공원이다. 하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알프스산맥에서 녹아 내려온 눈이 호수를 채우기 시작하고 6월쯤 되면, 초원은 수심 12m에 이르는 깊은 물에 모두 잠겨 버린다.
더 이상 푸르른 초원을 볼 수 없다고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영롱한 청록빛 물결 위로 지상에서는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수면을 통과한 햇살이 초원의 꽃과 잔디, 나무를 비춰 영롱하게 빛이 나고 방문객들이 쉬어 가곤 했던 벤치에는 어느새 물길을 따라온 물고기 떼가 머무른다. 불과 두 달여 전 거닐었던 땅에서 동화 속 세상을 옮겨 놓은 듯한 수경을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카누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더 없이 좋은 그뤼너 씨 공원. 자연의 마법으로 놀라운 경치를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는 그뤼너 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며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안겨 준다.

그린 레이크Green Lake라는 이름은 에메랄드빛을 띠는 물색 덕분에 붙은 것.
깨끗하고 차가운 호수 아래 산책로를 따라 날아가듯 다이빙을 즐기다 보면 고기들이 잔디와 나무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섬,
대지미술을 만나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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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부두
THE FLOATING P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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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사람이 푸른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섬을 향해 물 위를 걸어가고 있다. 어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아니다.
상상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이 경관은 이탈리아 북부 이세오 호수Lake Iseo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부유하는 부두>라고 부른 이 길은 종이가 아닌 풍경을 캔버스 삼아 예술 활동을 하는 대지미술가 ‘크리스토 클로드Christo Claude’의 작품이다.
그는 물에 뜨는 입방체 22만 개에 닻을 매달아 내린 후 호수 위에서 결합시켜 3km에 달하는 거대한 수상 길을 만들었다. 그는 이번 작품에 총 198억 원을 투입했는데, 다른 어떤 지원금도 받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경비를 마련해 세간을 더욱 놀라게 했다.
완성하는 데 총 22개월여의 시간이 걸린 이번 작품의 최초 구상자는 그의 아내이자 함께 작품을 만들어 온 ‘잔 클로드Jeanne-Claude’다. 6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염원을 실현하고자 81세의 그는 마땅한 장소를 찾으러 세계를 누비며 다녔고, 2014년 알려지지 않은 최적의 장소인 이탈리아의 작은 섬을 발견하고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육지와 섬을 잇는 이 길은 7월 3일까지 16일 동안 사람들에게 개방한 이후 해체해 산업용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지구 전체를 캠버스 삼아 대지미술을 펼쳐 온 크리스토 클로드의 <부유하는 부두>는 이제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는 예술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크리스토&잔 클로드 부부는 그들의 예술이 타협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얻고자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자신들이 전체 비용을 마련하며 작품 활동을 해 왔다. 2009년 아내 잔 클로드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크리스토 클로드는 이 신념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공유가 만들어 낸 도로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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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없는 거리
SHARED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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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복판, 교통신호가 없는 교차로.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태일 것 같지만 실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전할 수 있다. 네덜란드 드라흐턴 Drachten의 라베이플레인 사거리에서 실험한 사례를 본다면 말이다.
교통안전 전문가 한스 몬데르만은 1970년대 일어난 교통사고를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주목했다.
교통 질서를 위해 만든 각종 표지판과 신호가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아 혼란을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놓은 교통 시스템이 오히려 사고 위험성을 높였다는 것이 그의 추론. 그래서 한스 몬데르만은 네모꼴의 교차로였던 라베이플레인 사거리를 원형 로터리로 바꾸고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턱과 차선을 모두 없애는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우측통행’을 제외한 모든 규칙이 사라진 도로에서 사고 발생률은 증가했을까? 놀랍게도 교통사고는 9년 동안 75건에서 2건으로, 인명사고는 17건에서 1건으로 줄었다. 신호만 보고 달리던 자동차들이 보행자를 보기 시작했고, 보행자들도 주변의 교통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신호가 없는 거리’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 등으로 퍼져 나갔다.
이 사진은 런던 최고의 중심가이자 번화가인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 거리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거리를 개방하여 보행자 천국이 된다.

공유 공간’은 몬데르만이 생각해 낸, 새로운 도시 디자인과 교통 설계 개념이다. 신호등 없는 거리는 도로를 걷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자전거를 모는 사람이 똑같이 나눠 쓰는 광장처럼 만들어 공공성을 높이는 공유 공간 철학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