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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UMMER

scene of object

영국 신사의 품격을 말하다
킹스맨 우산

글. 김희란 사진 제공. 20세기 폭스, Swaine Adeney Brigg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이전 첩보 영화와 차별되는 신선한 액션과 젠틀한 영국 신사의 품격을 높여 주는 슈트・액세서리 그리고 영화 속 대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킹스맨 붐’을 일으킨 중심에는 ‘우산’이 있었다. 영국 신사의 주요 아이템이자 영화 속 킹스맨 요원의 든든한 무기인 우산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
우산 하나로 킹스맨 요원 되는 법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에서 몸에 딱 맞는 슈트 차림에 깔끔한 구두를 신고 우산을 든 해리(콜린 퍼스)는 영국 신사 그 자체였다. 과격한 몸싸움 후 옷매무새를 다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품위있게 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킹스맨 요원에게 주어진 무기도 흥미롭다. 선글라스, 라이터, 우산 등 신사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소품이 모두 무기가 되었다. 그중 킹스맨 요원인 해리와 에그시(태런에저튼)가 애용하던 ‘우산’은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무기로 꼽힌다. 펼치면 방패가 되고, 총알이 나가는 우산은 악당과의 짜릿한 액션 장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늘 지팡이처럼 가지고 다니던 킹스맨 요원의 우산은 잇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킹스맨 붐’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우산을 앞으로 펼치는 ‘킹스맨 놀이’에 빠졌고, 방송, 인터넷, 웹툰 등에서 패러디가 속출했다. 매슈 본 감독이 무기로 우산을 삼은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명품 우산을 파는 상점, 브리그
킹스맨 우산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스웨인 아데니 브리그앤드 손스(이하 브리그)’가 거론되었다. 런던 리츠 호텔 근처 세인트 제임스 지역에 위치한 브리그는 1750년부터 가방, 우산, 모자, 사냥용품등을 제작・판매해 온 상점으로, 영국 왕실에 고가의 우산을 납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그의 우산은 펼 때 눈 밟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천과 손잡이 부분의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한 번 사면 100년을 써도 끄떡없는 튼튼함을 자랑하니 고가의 가격에 수긍할 만하다. 또한 우산은 멋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여러 명의 장인이 세 시간에 걸쳐 한 개의 우산을 만드는데,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사용해 우산마다 굵기에 미묘한 차이가 난다. 이것이 바로 수천 개를 만들어도 같은 모양의 우산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브리그 우산의 특별함은 영화 속 요원들의 품격을 더해 준다.
우산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영국 신사에게 우산은 어떤 의미일까. 18세기에는 영국 신사들이 우산을 쓰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영국 남자 대부분이 칼을 차고 다녔는 데, 칼과 우산을 둘 다 갖고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했고 우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19세기가 되어서야 칼 대신 지팡이를 갖고 다녔지만, 여전히 우산은 남자답지 못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본격적으로 우산이 상용화된 것은 ‘새뮤얼 폭스’라는 사람이 금속 뼈대의 우산을 발명하면서부터다. 그 후 우산 손잡이를 근사하면서도 품위 있게 만들고 천을 팽팽하게 접어 마치 지팡이처럼 보이게 제작했다. 지난 세월 외면받았던 우산은 이제 영국 신사들의 품격을 높여 주는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또한 〈킹스맨〉을 통해 패션 아이템을 넘어 무기로도 그 가능성이 검증되었다. 현재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섬유(실)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방탄복보다 더 튼튼하고 가벼운 방탄복을 개발 중이다. 신소재 방탄복 개발에 성공한다면 실제로 천으로 만든 우산으로 총알을 막아 내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영화 속 우산처럼 방탄이 되고 총알이 발사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2017년 개봉 예정인 〈킹스맨:골든 서클〉에서 업그레이드된 우산을 만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킹스맨〉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영국 신사의 어떤 아이템이 무기로 등장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