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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다
글. 이재언(미술평론가) 이미지 제공. 안윤모
© 안윤모, 「Owls & Books」(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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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모의 그림은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의 작품은 사회를 풍자하는 가운데서도 차분하게 관조할수록 다양한 감성과 기쁨을 더한다. 특히 그의 작품 중 파편화된 조각 그림을 여러 개 모아 벽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연출하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양식은 우리 회화의 가변적인 연출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유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 미학의 전도사 역할을 해 왔다. 작가는 우리 문명과 사회를 향해 냉소와 비판의 태도를 유머러스하게 보여 주면서도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그는 지금까지 하나의 특정 주제를 설정하여 다양한 방법과 연출을 선보여 왔으며, 언제나 소통의 미학을 추구했다. 무겁거나 난해한 이야기보다는 상상력이 풍부한 가볍고 산뜻한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전하는 미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정형과 비정형의 다양한 셰이프트 캔버스 페인팅, 작가와 관객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설치와 입체적인 전시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자유롭고 감각적인 심미적 토대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의 그림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소박하다. 그것들을 자세히 보고 있자면 가벼운 미소마저 번진다. 바로 그 지점을 작가는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그림에서는 지나치게 슬픈 비극이나 폭소를 터뜨릴 만한 코미디 같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담담하게 표현된 이미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주인공으로 등장한 동물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정작 삶의 늪에서 지혜와 여유를 모두 잃어버리고 허우적대는 우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될 정도다.
작가의 파편적인 조각 그림 연출도 역사성이 있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캔버스 유화가 나타나면서 그림은 벽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림이 자본에 대해 교환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동 가능한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20세기 후반부터 예술의 패러다임이 전체의 일원적 구조에서 파편적인 것의 재구성으로 전환되면서, 그림은 표현의 장으로서만이 아닌 공간 연출을 위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파편들이 모일수록 심미적 가치 또한 풍부해진다는 것을 간파한 응용적 발명인 것이다. 작가는 작품 앞에서 수다스러움보다는 관조를 요구한다. 동물 이미지 몇 개가 정숙을 지시하는 사인을 보낸다. 글쓰기조차도 수다스러움의 하나가 아닐지.
작가 안윤모
작가 안윤모는 홍익대학 서양화과와 뉴욕시립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동안 유럽, 미국 등에서 65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싱가폴, 일본, 뉴질랜드, 홍콩 등에서 1,200여 회의 기획전, 옥션,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자폐성 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전국 투어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종이컵 프로젝트, 맨투맨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였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자폐성 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안윤모 월드 투어 프로젝트를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뉴욕의 베레리 굿맨 갤러리, 퀸즈 뮤지움, 뉴욕 MOMA 등에서 진행했다. 올해는 유럽의 유엔 본부, 보자 아트센터 등과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 등에서 대규모 설치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