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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NEW YEAR

ESSAY ON LIGHT

빛나거나
혹은 반짝이거나

글.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그림. 여현빈

스스로 빛나지는 않아도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해 주는 사람이 있다. 화려한 박수를 받는 ‘스타’는 아니지만 일상을 윤기 나게 해 주는 ‘이름 없는 빛 ’, 그것은 각자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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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빛나는 사람’이라고 하면 특출한 일을 해낸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빛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존재하는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일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튀지 말고, 모나지 않고, 나서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 줄 때 스스로 빛이 난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면 안 되고,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믿는다. 남을 의식하고 고려해야 하며, 남에게 맞추어야 자연스럽게 빛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보여 준다. 당신은 언제 가장 자연스럽게 빛나는가?
‘나는 때때로 수줍어하며 내성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따금씩 게으르고, 자연 경관에 감탄하거나 그 속에 빠진 나 자신을 상상한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적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당신은 타인과 감정적으로 교감을 나눌 때 자연스럽다.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으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걱정이 많다. 때로 자기 확신이 강해 마음에 꽂히면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빛난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할 때 빛이 난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며 잘 웃는다. 또한 다른 사람의 작은 선물이나 호의에 쉽게 감동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잘하는 편이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휴머니스트(humanist)’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당신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빛이 난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고 순발력이 좋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나름대로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껴도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마음은 분주하지만 실속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 더 빛이 난다.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물의 다른 면을 보려고 하는 등 예술적, 미적 경험에 가치를 둔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나름 진지하고, 대체로 행복하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세상에 대한이해를 통해 자유를 느끼고 자신의 존재감을 얻는다.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려 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려 할 때 빛이 난다. 웬만한 사람과는 생각을 공유하기 쉽지 않아서 많이 외롭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빛나는 순간에는 창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누가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내 스타일대로 하는 편이다. 나는 계획에 변동이 생기면 초조해진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도 내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바로 ‘에이전트(agent)’적 성격을 지진 사람이다. 당신은 일을 할 때 가장 빛이 난다. 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당신에게서는 생활이 곧 일이다. 당신은 유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 생활일지라도 일단 꽂히면 오타쿠처럼 파고들어 마니아가 된다.
‘나는 대체로 믿음직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보람을 느끼며,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나는 맡은 일을 철저하게 수행한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리얼리스트(realist)’적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타인의 인정이 당신을 빛나게 한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한국인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둘 때 감동한다.
항상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 놓고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한다. 정답을 묻고 그것에 매달리는 당신은 핵폭탄같은 섬광을 발산한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좇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리얼리스트 성향의 사람들은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빛을 내기도 한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 있는 그대로의 성격을 분명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럴 때 자신이 해결해야하는 문제의 답이 무엇인지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알 수 있다.

황상민

황상민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과 루이비통』, 『독립 연습』, 『한국인의 심리 코드』,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등을 썼다. 디지털 세상 속 소비심리와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위즈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