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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PRING

EXCITING DISCOVERY
자연과 함께하는 특별한 체험이 시작됩니다

아주 사이클 동호회 투르 드 아주

봄 꽃길 사이로 퍼지는 가족의 행복

글. 박신혜 / 사진. 안홍범

봄은 갑작스러웠다. 우중충한 하늘과 웅크린 새싹들이 예고하기도 전에 어느 순간 계절이 활짝 기지개를 폈다. 겨우내 날이 서 있던 바람도 한풀 꺾이고 흐린 하늘에 쨍한 봄볕이 내렸다. 황급히 찾아온 춘기운에 놀란 사람들은 내달리는 봄을 쫓으려 모두 어딘가로 향했다. 아주의 사이클 동호회 투르 드 아주의 멤버들 역시 가족들과 함께 봄을 맞기 위해 올해 첫 나들이에 나섰다.

민제가 아빠와 나란히 개나리 꽃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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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이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접어들었지만 지하철 객실 인파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들이 복장이 화려하게 꽃피운 내부는 흡사 관광전용열차와도 같았다. 이 중 자전거와 동승한 이들이 오늘 경춘선 자전거길을 내달릴 것임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 하차와 함께 찾아온 봄을 맞을 생각에 들뜬 듯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경치가 한산해질수록 차창 밖에 시선을 뺏긴 이들이 늘었다. 펼쳐진 논밭 사이로 푸른 봄이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었다.
투르 드 아주(Tour de AJU)의 만남은 남한강 자전거 라이딩 코스의 출발점인 팔당역에서 시작됐다. 즐겨 찾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아들 동현이와 동호회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주캐피탈 이승수 매니저가 도착하는 이를 반겼다. 그에게 안내를 받은 아주 가족들은 각각 오늘 탈 자전거를 빌렸다. 이제 여섯 살인 동현이는 바쁜 아빠 곁에서 이곳저곳에 비눗방울을 불어 올리며 자신만의 놀이에 빠져있다. 두둥실 떠오른 비눗방울이 맑은 하늘에 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다. 비바람이 예고된 주말 기상 예보에 덜컥 겁을 먹은 게 무안할 정도로 청명했다. 오히려 지난 며칠내린 비가 미세먼지를 가라앉혀 하늘의 채도를 높였다. 쾌청한 기운이 페달을 돌리기 안성맞춤이라고 말해주는 아침이었다.

올해 첫 라이딩을 앞둔 투르 드 아주 멤버와 가족들

가속도가 붙을수록 퍼져 나가는 봄의 향기
투르 드 아주의 2015년 첫 라이딩이 예정된 당일은 무척 바쁜 날이었다. 한식을 앞두고 식목일과 부활절이 낀 주말에는 곳곳이 어딘가를 향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투르 드 아주 멤버들은 가족들과 함께 팔당역으로 향했다. 동호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아주캐피탈 윤보용 재무기획 본부장의 안전교육을 시작으로 일정이 시작됐다. 윤보용 본부장은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타다 갑자기 핸들을 꺾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위험하다고 주지시켰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출발에 앞서 정신없는 어른들 사이로 엄마, 아빠를 따라나선 아이들이 각자 제 할 일에 바빴다. 분홍 헬멧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는 동생에게 헬멧을 써야 머리가 다치지 않는다며 똑 부러진 언니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일곱 살 민서가 보였다. 올망졸망한 글씨로 써내려간 주황색 깃발을 꽂은 자전거를 끌고 나온 여덟 살 지인이도 따사로운 햇볕을 마주하기 전 아빠가 한 움큼 덜어준 선크림을 정성껏 펴 바르고 있다.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얼굴을 두드리는 지인이 주변으로 선크림을 바르겠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드는 통에 다들 얼굴에 흰 꽃이 폈다. 선크림을 바르는 모두에게서 해사한 웃음이 퍼졌다.
아이들 덕분에 평소 동호회가 진행하는 코스에 비해 주행거리가 무척 짧아졌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중 가장 맏이인 민제는 조금 아쉬워 보인다. 이전에 아빠를 따라 동호회에 참가해 장정들 사이에서 페달을 굴린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는 팔당역까지 향하는 30km를 건너는 것으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민제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앞과 뒤를 지켜준 어른들을 따라 고된 코스를 완주한 것은 물론 첫 참여에서 경품 추첨에 뽑혀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새 자전거를 획득했으니까. 그런 민제에게 오늘10km 코스는 전혀 긴장할 이유가 없다.
몇은 제 자전거로, 몇은 트레일러에 앉아 아빠가 이끄는 대로 경춘선 자전거길을 통과했다. 왼쪽에는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오른쪽에는 맑은 호수가 그대로 그림이 되는 곳이었다. 경춘선이 폐지되고 그 위에 새롭게 깔린 길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봄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유유자적 산책을 하는 이곳을 민제는 제 힘을 동력으로 힘껏 내달렸다. 유유히 달리는 민제의 뒤를 지나가던 바람이 뒤따랐다.
아주, 함께 달리다
다산 정약용이 자주 올랐다는 역사가 새겨진 수종사는 운길산에 정갈하게 놓여있다. 길한 구름이 산에 걸려 멈춘다는 이름 그대로 고즈넉한 자태를 풍기는 산의 이름을 딴 운길산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투르드 아주의 공식적인 일정이 막을 내렸다. 아빠가 모는 트레일러를 타고 있던 동현이는 지나치는 풍경에 흥이 돋았는지 집에서 끌고 온 제 자전거를 타겠다고 고집을 피워 신나게 내달리는 아버지의 페달을 멈추게 했다. 그러느라 가장 오랜 주행 시간을 채운 이승수 매니저가 도착하자 모두 양수리 생태공원을 마주한 식당에 앉아 건강한 허기를 채웠다.
그동안 어른들은 라이딩을 하느라 미뤄둔 인사를 건넸고 아이들은 구슬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려 냉동고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투르 드 아주는 아주캐피탈에서 주도적으로 이끄는 동호회이긴 하지만 아주 계열사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주중에는 자신의 업무로 바빠 서로 일상을 공유하기 어려웠던 멤버들은 주말 오후를 여유롭게 즐겼다. 지난번 라이딩에 대한 회포도 풀며 아이는 잘 크는지, 시시콜콜 서로의 가정사를 묻는 다정한 동료들과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윤보용 본부장은 아주저축은행, 아주산업 등 아주 임직원들이 두루두루 참여한 사내 동호회가 구심점이 되어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아주 계열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길 바라며 투르 드 아주를 지켜나가고 있다. 동호회 이름의 까닭을 물으니 그는 아주산업의 사업소, 아주저축은행의 지점, 아주캐피탈의 지점을 순회하는 사이클 일주를 개최하는 것이 투르 드 아주의 꿈이라고 넌지시 밝혔다. 과연 매년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연유한 이름답다.
약 2주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철원에서 이승수 매니저와 설원 MTB(mountain bike)를 즐기던 그에게 오늘의 일정은 애피타이저에 불과. 공식적인 2015 투르 드 아주의 첫 라이딩이 끝난 지금 부족한 주행을 채우기 위해 그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날쌔게 내달렸다.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새싹에 파묻혀 경치를 감상하거나 바람에 연을 날려 보내기 위해 얼레를 감으며 제각각의 봄을 즐겼다.
아빠랑 아이랑, 함께 크는 가족
아빠들의 자전거에는 약속이나 한 듯 각기 다른 만화 영화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이 지루해졌는지 배경음악을 요구한 것. 한쪽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니 음악이 자연스럽게 다른 트레일러까지 전파된다. 아이들의 BGM이 어느새 아빠들에게는 페달을 돌릴 활력을 주입하는 노동요가 되었다. 삼둥이를 끄는 일국열차처럼 두물머리의 아빠들도 슈퍼맨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섯 살 강우는 기분이 좋은지 품고 있던 파워레인저 스티커를 형, 누나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막내 다섯 살 지홍이는 종종걸음으로 형들을 따라다니느라 내처 넘어져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방긋거린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 만났을 때 아빠 옆에 딱 달라붙어 낯을 가리던 아이들은 또래 친구와 함께 뛰어노느라 아빠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오늘 라이딩에 게스트로 참여한 아주 법무팀 신다연 매니저는 여유로운 주말 봄나들이에 떼어놓고 온 남편 생각이 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른들 틈에 섞여 두 번째 라이딩을 즐기던 민제는 다음번엔 반드시 캐리어를 준비해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와 달릴 것을 선언했다. 그런가하면 아주캐피탈 나상훈 매니저는 트레일러에 앉아있던 지후와 지홍이가 조만간 보조바퀴를 떼고 스스로 경춘선 자전거길을 건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개나리, 능수벚꽃, 살구꽃이 흐드러진 두물머리 물비늘이 꽃보다 활짝 핀 가족들로 반짝인다.